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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 자본주의의 새로운 미래를 엿보다…… '메뚜기와 꿀벌'


약탈과 창조, 자본주의의 두 얼굴


옛날에 한 제사장이 이렇게 말했다. 내 안에는 곰이 두 마리 있는데, 한 마리는 잔인하고 호전적이고 폭력적으로 다른 동물을 사냥하는 곰이고 다른 한 마리는 공감을 잘 하고 남을 잘 돌보는 곰이다. 어린 소년이 물었다. 두 마리 중 어느 쪽이 이기게 될까요? 제사장이 대답했다. 내가 먹을 것을 주면서 키우는 쪽이 이기겠지. (본문 中)


외환위기, 물질만능주의 팽배, 빈부격차 심화. 우리는 자본주의에 의해 파생된 문제들을 겪으며 살고 있다. 자본주의가 가진 호소력의 가장 큰 원천은 풍부함에 대한 약속이었다. 하지만 그 풍부함에 대한 대가로 다양한 사회 문제가 발생했다. 많은 전문가가 자본주의가 지닌 부작용, 시스템이 만들어낸 나쁜 점들에 주목해왔다. 자본주의는 풍부함만이 전부인 시스템인 것인가. 그 동안 발간된 자본주의와 관련된 책들도 자본주의의 문제점과 부작용에 집중해왔다. '메뚜기와 꿀벌'은 자본주의에 다른 관점에 주목한다. 저자는 자본주의의 '약탈'과 '창조'라는 두 가지 측면을 통해 자본주의 바로 보기를 시도한다. 자본주의가 지나온 역사와 그 과정에서 자본주의의 속성을 이해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과 전망에 대해 깊이 있게 이야기한다.  


자본주의가 뭐길래? 

자본주의는 현대 문명의 핵심인 만큼 일반적으로 그 정의가 합의되어 있으리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자본주의를 설명하는 매우 다른 견해들이 존재한다. 투자자와 자본가를 자본주의 경제의 지배자로 꼽는 견해도 있고, 사람보다는 기업 조직을 훨씬 더 중요한 행위자로 보는 견해도 있다. 자본주의에서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를 정하는 법과 개념을 통해 설명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자본주의를 가치에 대한 개념으로서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생존과 번영에 기여하는 정도에 따라 가치를 상대적으로 따져볼 수 있는 "경험가치"와 추상화된 화폐, 금, 신용카드, 주식 등의 "표현가치"로 구분한다. 자본주의가 문제를 겪게 된 것도 경험가치와 표현가치의 관계가 견고하지 못해서라고 설명하고 있다. 자본주의는 단지 도구가 아니라 우리의 일부가 되었고 우리가 모든 것을 표현가치를 통해 보게 만듦으로써 번성해왔다는 것이다. 


자본주의의 미래를 엿보다 

모든 발달한 경제에는 자본이 필요하다. 기업이 성장하고, 신제품이 발명되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운용하기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하다. 이러한 임무 지원을 위해서 시장도 필요하다. 시장의 순기능이 잘 작동된다면 시장 내에서 자금이 분배되는 것이 여타의 메커니즘들보다 뛰어나다. 그런데 오늘날 자본주의는 이런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자본주의가 무너지지 않을까 예측을 하기도 한다. 저자는 자본주의가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고 새로운 형태로 변화될 것이라 예측한다. 미래에는 자본을 가진 조직들은 상업적인 목적만큼이나 환경과 사회를 고려해야 할 것이고, 순환적인 생산시스템과 시민적이고 사회적인 경제, 그리고 의료, 교육 등의 분야에서 새로운 형태의 협업과 집단지성이 등장하게 될 것이다. 이미 공동 소유형태의 조직모델은 이윤뿐 아니라 사회적, 도덕적 임무를 명시적으로 표방하는 조직의 효과성이나 회복력도 입증되고 있다. 자본주의 이후의 사회의 모습은 현재의 자본주의에 맹아의 형태로 잠재된 개념들을 담은 형태일 것이다. 성장에 대한 새로운 개념, 인간관계의 역할에 대한 새로운 개념, 가치에 대한 새로운 개념으로부터 더 개방적이고 관계적이며 삶과 생명에 더 깊이 뿌리를 둔, 급진적으로 새로운 조직 방식과 서비스가 생겨날 것이다. 이를 반영한 윤리와 미학도 생겨날 것이다. 


약탈과 사회 해악의 원흉같이 느껴지는 자본주의가 초창기에는 도덕적인 목적을 강하게 설파하는 체제이기도 했다. 무언가를 생산적으로 만든다는 것 자체가 무절제, 과잉, 방종을 거부한다는 뜻이었고 도덕적인 임무였기 때문이다. 자본주의를 구성하는 도덕성의 근간은 계속 변한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도 새로운 윤리성과 결부된 자본주의로 발전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저자는 책을 통해 자본주의를 세세히 분석하고 새로운 자본주의의 비전을 제시하고자 한다. 과학기술적 방법론이나 자본주의가 더 집중하게 될 분야들을 정리하며 자본주의가 가지고 있는 장점들을 다시금 이끌어내 인류에 이바지 하는 방향으로 전환될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저자 제프 멀건은 사회혁신 분야의 세계적인 대가이다. 현재 세계경제포럼(WEF)의 '혁신과 기업가 정신의 미래위원회'에서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고 토니 블레어 총리 시절에는 영국 총리실 산하 미래전략위원회의 전략기획관을 지냈다. 프랑스 정부의 프랑스 디지털 에이전시 이사회, 스코틀랜드 정부의 '캔 두(CAN DO)' 패널, 서울시 사회혁신국제자문단, 아랍에미리트 총리실의 자문위원회 등에도 참여하고 있다.  


<코스리 객원연구원 양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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